24절기는 긴여정을 돌아 드디어 마지막 절기인 대한을 맞이하게 된다.
대한은 24절기 가운데 마지막 스물네 번째 절기로 큰추위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대한은 양력 1월 20일경 태양의 황경이 300도 되는 날이다.
옛 중국에서는 대한부터 입춘까지의 15일간을 5일씩 끊어 삼후로 나눠 초후에는 닭이 알을 낳고 중후에는 나는 새가 높고 빠르며 말후에는 못물이 단단하게 언다고 했다.
절기가 지닌 이름만으로 본다면 대한이 일년가운데 가장 춥다고 할 수 있겠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중국의 기준이며 우리나라는 소한 무렵이 최고로 춥다.
그런까닭에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 "소한의 얼음이 대한에 녹는다" 라던가 "소한에 얼어 죽은 사람은 있어도 대한에는 까마귀도 얼어 죽지 않는다" 와 같은 속담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자막>농가월령가 12월령 중
십이월은 늦겨울이라 소한 대한 절기로다.
눈 덮힌 산봉우리 해 저문 빛이 로다.
새해 전에 남은 날이 얼마나 남았는고.
집안의 여인들은 새옷을 장만하고.
무명 명주 끊어 내어 온갖 색깔 들여 내니.
빨강 보라 연노랑에 파랑 초록 옥색이라.
한편으로 다듬으며 한편으로 지어 내니.
상자에도 가득하고 횃대에도 걸었도다.
입을 것 그만하고 음식장만 하오리라.
떡살을 몇 말이며 술쌀은 몇 말인고.
콩 갈아 두부하고 메밀쌀 만두 빚소.
설날 고기 계를 믿고 복어는 장에 사서.
납평일에 덫을 놓아 잡은 꿩 몇 마리인고.
아이들 그물쳐서 참새도 지져 먹세.
깨강정 콩강정에 곧감 대추 생밤이라.
술독에 술들이니 돌 틈에 샘물소리 같고.
앞뒷집 떡 치는 소리는 여기도 나고 저기도 나네.
새 등잔 새발 심지 밤새도록 불 켜둘 때에.
위 아랫방 부엌까지 곳곳이 떠들썩하다.
초롱불 오락가락 묵은세배 하는구나.
농번사회에서 겨울의 끝남은 곧 시작을 의미한다.
농가월령가에 잘 나타나있듯 우리 조상들은 대한을 마지막으로 겨울이 끝나게 되면 머지않아 올봄 입춘을 맞아 농사에 전념할 것을 잊지 않았다.
옛말에 "대한 끝에 양춘이 있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는 대한만 넘기면 따뜻한 봄이 온다는 말로 그 말속에는 겨울이라는 고비를 넘기면 희망의 봄이 찾아온다는 고진감래의 뜻이 내포되어 있다.
이렇게 우리 조상들은 마치 화롯불과도 같은 은근과 인내로 겨울의 마지막 절기인 대한을 희망을 다지는 시기로 여겼던 것이다.